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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독립운동사 ➊ • 김대락의 백하일기 ⑱ 91 그러나 각 집의 여러 조카들이 모두 다른 탈이 없 으니, 요지구(鬧枝溝)와 비교해보면 이는 오히려 원 만한 것이다. 아침에 벌어 저녁을 먹으니, 어렵고 군 색함은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손은 보드랍고 날개 는 짧아[수섬영단(手纖翎短)] 돌볼 계책이 없으니 한 스럽다. 저녁에 이정수, 김성로, 김병칠과 조카 정식이 와 서 보았다. 세 집의 질부와 둘째 며느리가 차례로 와 서 절하였다. 28일 지나다가 조만기의 집에 들렸다. 조카 정 식의 집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은 조카 만식의 집에 서 먹었다. 한 상 가득 정답게 대접하는 것이 진미가 아닌 것이 없었다. 저녁에는 또 조카 규식의 집에 가 서 잤다. 오다가 황도영을 만나 사형(査兄)이 잘 지낸 다는 안부를 들어 알았다. 29일 오후에 먼저 어학교당(語學敎堂)을 보았 다. 이는 우리 집안 소년과 오래 알던 사람들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잠시 쉬다가 나와, 김달이 우거하 는 곳을 보았다. 이원일과 조카 정식이 하나는 도장 을 새기며, 하나는 이발을 하여 각자 영업을 하면서 겨우 호구할 밑천으로 삼는다고 하였다. 이어서 지나는 길에 박경종을 방문하였으나 만나 지 못하였다. 또 조카 만식의 집으로 가다가, 사위 이 문형의 초청을 받아 그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수륙 의 진미가 입에 맞았다. 고마운 일이다. 길에서 임하 조실(趙室)을 만나서 객지의 서러움을 대강 이야기 하였다. 아래 위 시장의 풍요함과 물산의 많음과 누각과 관 청과 사당이 굉장히 아름답고 기이한 것을 보니, 우 리나라 대도시가 미치지 못할 것이다. 사위 황병일이 와서 보고 갔다. 30일 종일 비가 와서 가까운 곳에도 통행하지 못하였다.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다. 고려대에서 경제학 · 정치학을 공부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율곡 연구로 석사 ·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 임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이사를 맡고 있다. 시대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풀어낼 지혜를 지나간 역사에서 찾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면암 최 익현 선생의 5대손이다. 필자 최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