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page
71page
청렴한 생활인 최규하 작은 것이라도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생활 철학을 실천하다.
최규하 대통령은 청와대 생활을 청산하고 서교동의 사저로 돌아왔다. 왕복 4차선 도로변 골목 주택가에 위치하였고, 국가원수의 거처라고 생각할 만한 아무런 특징이 없었다. 워낙 조용한 성품 탓에 이웃들은 옆집에 전직 대통령이 산다는 사실조차 까마득히 잊고 지냈다고 한다.
주변에 살았던 이웃들은 대통령 내외의 검소함에 대해 입을 모아 칭송했다. 퇴임 후 모시던 비서관에 의하면 최규하 대통령께서는 기름을 아끼려고 보일러를 잘 켜지 않아 집안이 춥고, 응접실의 선풍기는 40대 초입에 접어든 따님과 나이가 같았으며, 철 지난 달력을 잘라 그 뒷면을 메모지로 사용했다고 전한다.
홍기 여사는 1996년부터 알츠하이머병을 앓았다. 발병 초기에는 주변 사람들을 알아보기도 했으나 투병 기간이 길어지며 350여 일을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최규하 대통령은 면회가 안 되는 때를 제외하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내의 병실을 찾았으며, 달력을 잘라 만든 메모지에 아내의 간병일지(약 먹는 시간과 양, 증세 등)를 깨알같이 적었다. 뿐만 아니라 주전자, 구두 등 다양한 생활유품에서 "닳아 없어질 때까지 쓴다."는 생활 철학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