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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 -    이제 아무도 혁명을 말하지 않는다. 체 게바라가 하나의 문화코드, 티셔 츠에 새겨지는 하나의 문화상품이 되었듯이, 혁명은 이제 거대한 전지구적  자본의  총공세  앞에  무릎을  꿇고  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한  시 인, 생 전체가 혁명이었던 한 시인을 여전히 기억한다.    김남주(1946~94). 그  스스로는 시인이기에  앞서 전사이기를  원했다. ‘자 기 땅에서 유배당한 자’(프란츠 파농의 책 제목, 김남주 역)로서 혁명은 당 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남조선민족해방전선에 가담했고, 재 벌  회장  집의  높은  담장을  뛰어넘었고,  체포돼  15년  징역형을  받았고,  끝 내는  혁명의  길에서  사망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그를  더도  덜도  아니 고  꼭  이  땅에  이런  시인  하나쯤  있어야겠다는  바로  그  시인으로서  기억 한다.    김남주는  전라남도  해남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십년 이십년 남의 부자집 머슴살이였다/ 나이 서른에 애꾸눈 각시 하나 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