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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eme • 잊혀져 가는 의병정신, 다시 소환해야 31 라를 침략해 일본에 종 속시키는 것이었기에 안의사의 이등박문 제 거는 동양평화를 지키 려는 정의의 응징이었 다. 안의사가 스스로 만 든 자신의 직함이 바로 ‘대한국 의군(大韓國 義 軍) 참모중장’이었다. 안의사가 북간도로 망명하여 독립군 의병장으로 활약하던 1908년 6월에 교전 중 포로로 잡힌 일본 군인들과 상인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무슨 까닭 에 러일전쟁 때 선전포고문에서 동양의 평화를 유지 하고 대한의 독립을 굳건히 한다고 한 일왕의 뜻을 받들지 않고 이처럼 경쟁하듯 침략하고 있으니 이것 을 평화이고 독립이라 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본심이 아니었다 고 말한다. 이등박문이 임금의 뜻을 받들지 않고 멋 대로 권세를 농락하는 형세여서 어쩔 수 없이 한 행 동이었다고 해명을 하자, 안의사는 그들을 모두 석 방하면서 돌아가서 이등박문 같은 난신적자(亂臣賊 子)를 모두 쓸어버릴 것을 주문하였다. 포로들이 총기를 안 가지고 가면 돌아가 군율을 면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자, 총포까지 돌려주며 포 로들을 돌려보낸 안의사의 행위에 대하여 의병 내부 에서 불만이 제기되었다. 이에 안의사는 “일본의 4 천만 인구를 모두 죽인 뒤에 국권을 되찾을 계획이 요? …우리는 약하고 저들은 강하니 힘든 싸움은 옳 지 않소. 충성스런 행동과 의로운 거사를 통해 이등 의 폭압적인 정략을 성토하고 세계 만방에 널리 알 려 열강들의 동감하는 뜻을 얻은 뒤에야 국권 을 회 복할 수 있을 것이요. 이것이 이른바 약한 것으로 강 한 것을 제거하고 인(仁)으로 악을 대적하는 방법”이 라 하였다.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제거하고 인(仁)으로 악을 대적하는 방법’이라는 안의사의 주장에서 우리는 의 병항쟁이 단순히 약한 자의 정의라는 소극성이 아니 라, 오히려 강한 자의 불의(不義)를 바로잡는 적극성 을 발견할 수 있으니, 우리의 의병정신은 온 인류가 함께 승리하는 참다운 세계평화의 활력으로 작용할 우리 민족의 소중한 정신문화이며, 동시에 온 인류 에 필요한 시대정신이기도 한 것이다. 여기에 오늘 날 다시 의병정신을 소환하는 의미가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1906년 6월 전북 태인에서 봉기한 뒤 일본 헌 병에 체포돼 대마도로 압송되는 면암 최익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대마도에서 순사한 최익현 유해의 부산 귀환 장 면을 그린 기록화(국가기록원 소장)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다. 고려대에서 경제학 · 정치학을 공부하고 서울대학교 대 학원 정치학과에서 율곡 연구로 석사 ·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 소 선임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이사를 맡고 있다. 시대 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풀어낼 지혜를 지나간 역사에서 찾아내고자 노력하고 있 다. 면암 최익현 선생의 5대손이다. 필자 최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