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page
우리문화 사랑방 • 삼복의 유래와 세시풍속 121 곧 서기제복에서 ‘복(伏)’은 꺾는 다는 뜻으로 복날은 더위를 꺾는 날이다. 다시 말하면. 복날은 더위 를 피하는 날이 아니라 더위를 이 겨내고 정복한다는 뜻이다. 우리 겨레의 슬기로운 삼복더위 이기기 요즘 사람들은 복더위가 오면 계곡이나 해수욕장으로 피서를 가고, 에어컨과 함께 살지만 옛사 람들은 어떻게 더위를 피했을까? 먼저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더위 를 이겨내라는 뜻에서 높은 벼슬 아치들에게 빙표(氷票)를 주어 겨 울에 떠낸 얼음을 보관해 두는 관 의 장빙고(藏氷庫)에 가서 얼음을 타가게 하였다. 또 훌훌 옷을 벗을 수 없었던 선 비들은 복중에 더위를 피하려고 여름 과일을 즐기거나 술과 음식 을 마련하여 산간계곡으로 들어 가 탁족(濯足), 곧 발을 물에 담그 면서 하루를 즐겼다. 또 바닷가 백 사장에서 모래찜질하면서 더위를 이겨내기도 했다. 복날 여인들은 계곡물에 머리 를 감거나 목욕하면 풍이 없어지 고 부스럼이 낫는다고 하였는데 이를 ‘물맞이’라고 했다. 이러한 물맞이 풍습 은 1920년 7 월 22일 치 동 아 일 보 에 “초복날 서대 문 밖 악박골 에 물맞으러 가는 부녀자 들”이라는 기 사로 보아 이 무 렵 까 지 도 행해지던 풍 습으로 여겨 진다. 한편, 여름 이 찾아오면 우리 겨레는 이열치열(以 熱治熱)을 활 용했다. 복날 에 뜨거운 삼계탕 등으로 몸보신 했고, 양반들까지 팔을 걷어붙이 고 김매기를 돕기도 했다. 참고로 여름철이면 사람 몸은 외부의 높 은 기온 때문에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 근처에 다른 계절보다 20~30% 많은 양의 피 가 모인다고 한다. 따라서 위장을 비롯하여 여러 장기는 피가 부족 하게 되고 몸 안의 온도가 떨어지 는데, 이렇게 되면 식욕이 떨어 지 면서 만성피로 등 여름 타는 증세 가 나타나기 쉽다. 이때 덥다고 차 가운 음식만 먹게 되면 배나 장기 가 더욱 차가워져 건강이 나빠지 게 된다. 그래서 따뜻한 음식을 먹 어 장기를 보호해 주는 것은 슬기 로운 일이다. 냉면을 먹을 때에도 따뜻한 성질을 가진 겨자 등을 넣 어 먹는다. 고사탁족도(高士濯足圖), 이경 윤, 19.1×27.8cm(국립중앙박 물관 소장) 조선의 세시풍속이 기록된 최 남선의 《조선상식(朝鮮常識)》 풍속편 표지 복날 여인들은 계곡물에 머리를 감거나 목욕했는데 이를 ‘물맞이’ 라고 했다(그림 이무성 작가).